[중국사] 진의 전국 통일

B.C. 230 ~ B.C. 210

 전국 시대 때 전쟁이 끊임없이 지속되면서 사회 곳곳에서는 불만이 쌓여갔다. 모든 국력을 쏟아부어야 했던 전쟁이었던 만큼, 엄청난 양의 군량과 군수 물자가 소비되었다. 이것들은 결국 모두 백성들이 부담해야 했다. 또 전재으이 규모가 커지고 치열해지면서, 수많은 백성들이 병사로 징집되어 목숨을 잃었다. 상인들도 전쟁이 격화될수록 상업 활동에 커다란 제약을 받게 되었다. 그 결과 전쟁이 하루빨리 중단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사회 각 계층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이러한 통일에 대한 바람은 당시 여러 제자백가 사상 속에 반영되었다. 추연이 주장한 오덕종시설은 음양오행의 사상을 역사의 추이에 적용시켜 장차 주를 잇는 통일 왕조가 필연적으로 도래할 것임을 예언하였다. 그의 대구주설도 통일이 된 천하를 상정하고 있다. 또한 서주 이후 수백 년간 분립되어 있었던 중원 지역과 그동안 이민족 취급을 받아왔던 초·오 등의 지역까지 포함한 천하를 통합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모두 같은 혈통이라는 점이 필요했다. 그래서 전국 시대 후기를 즈음하여 황제를 공통 조상으로 삼는 신화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또 다른 전쟁이 필요했다. 현상을 유지한 상태에서의 평화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 '의전'을 성공리에 완성한 국가가 진이었다. 전국 시대 후반 제의 몰락 이후 진은 사실상 독존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진은 그 후 50년간 무리한 겸병 대신 새로운 강국의 부상을 사전 봉쇄하기 위해 여러 나라를 번갈아가며 집중 공격함으로써, 6국의 평균적 야게화를 꾀하였다. 최종의 승리를 위해서는 6국의 공동 대처 능력이 제거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약했던 한을 공격하는 것으로부터(B.C. 230) 최후의 겸병전이 시작되었다. 한에 이어 조(B.C. 228), 연((B.C. 226), 위(B.C. 225), 초(B.C. 223)가 차례차례 진에게 무너졌고, 마지막으로 제가 멸망할 때까지(B.C. 221) 걸린 시간은 10년에 불과했다. 특히 원교근공책을 통해 제의 고립을 유도하여 제를 사실상 무혈 합병한 것은 진의 성공적인 전략을 잘 보여준다. 

 기원전 221년 전국을 통일한 진 왕의 이름은 정이었다. 13세에 즉위한 그는 21세에 여불위와 노애를 제거하고 친정을 시작하였다. 이후 이사를 등용하여 철저한 법치주의 정책을 폈던 그는 38세에 통일에 성공한 후 이사의 계책대로 통일 제국의 기반을 확립하는 정책을 폈다. 먼저 천하를 통일한 자신의 칭호를 '황제'로 바꾸어 지상의 유일한 지배자임을 과시했다. 황제의권위를 높이기 위해 군주의 사후 업적을 평가하는 시호를 폐지하고 영원히 이어질 왕조의 처음을 뜻하는 '시 황제'로 부르게 했다. 또 전국에 군현을 설치하여 중앙 집권 체제의 골격을 갖추었으며, 각국에서 사용하고 있던 상이한 도량형과 화폐를 통일하여 전국을 단일한 경제체제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또 전국적으로 도로망을 정비하고 수레의 규격을 일정하게 하여 통일 제국 내의 물자 유통을 원활히 하도록 했으며, 문자도 단일하게 조정함으로써 문서 행정의 효율을 높이고자 했다. 유가 경전을 불태우고 유생을 파묻은 소위 '분서갱유' 사건은 역대 유가들의 비난의 표적이 되었지만, 진 제국의 실용적 법치주의를 잘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