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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이라는 말

데브쏨 2013. 4. 6.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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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해가 뜨는 방향을 동쪽이라고 말하지만, 지구는 둥그니까 어디가 동쪽이라고 못박을 수는 없다. 동양이라는 명칭은 사실 유럽인의 시각에서 나왔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 전까지 고대와 중세의 유럽인들은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대륙이 지구의 전부라고 여겼다. 그나마도 그들이 아는 아시아는 소아시아와 인도에 불과했고, 아프리카는 사하라 이북에 국한되었다. 아프리카는 유럽의 남쪽에 있으므로 동서 방향과는 무관하다. 그래서 유럽인들은 자신들이 세계의 서쪽에 있다고 믿었고, 유럽에서 동쪽으로 멀리 뻗어 있는 아시아를 동양(East)라고 불렀다. 당시 유럽인들은 아직 동방의 끝까지 와본 적이 없었으므로 주로 지금의 중동 지역을 동양이라고 불렀다. 


 점차 유럽인들은 그들이 동양이라고 부르는 대륙이 실상 엄청나게 넓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처음에 그들은 유럽과 연관이 있는 중동 지역만이 동양의 전부인 줄 알고 이를 오리엔트(Orient)라고 불렀으나 그 오리엔트보다 더 동쪽에 더 넓은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넓으면 나누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유럽에 가까운 동양을 근동(Near East, 중동), 가장 먼 아시아 동쪽 끝을 극동(Far East)이라고 불렀다.


 순전히 유럽인들이 자기중심적으로 붙인 이름이지만, 이렇게 해서 한반도와 일본은 서구인들에게 어딘지 모르게 아주 멀고 외딴 곳으로 인식되는 불명예를 뒤집어쓰게 되었다. 지금 우리는 태평양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 지도를 사용하지만, 대서양을 중심으로 하는 서구의 세계 지도를 보면 한반도와 일본은 맨 오른쪽 구석에 치우쳐 있어 '극동'이라는 이름이 꽤나 어울려 보인다. 이런 세계 지도에 익숙해진 탓에 오늘날까지도 서구의 일반 사람들 중에는 극동을 마치 오지인 것처럼 여기는 이들이 있다. 


 물론 그런 편견은 우리에게도 있다. 태평양 중심의 세계 지도에 익숙한 우리는 대서양이 그렇게 넓은 바다인지 잘 인식하지 못하며, 대서양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에 남북아메리카와 유럽, 아프리카 등 다양한 문명권이 활발히 교류해왔고, 또 교류한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한다. 그래서 대양이라고 하면 엄청나게 넓고 왕래가 드문 쓸쓸한 바다를 떠올린다. 


 그만큼 동서의 관념은 상대적이다. 그러므로 만약 아메리카 대륙의 초기 문명들이 후대에까지 연장되면서 발달하고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일찍부터 태평양으로 지출했더라면, 지금의 동양은 서양이 되고 유럽은 극서(Far West)라고 불렸을지도 모른다. 또 수백 년 전까지 그랬듯이 중국이 세계의 패권을 잡고 오늘날에까지 이르렀다면, 중국인들은 중국을 천하의 중심으로 규정하고 유럽을 서양, 태평양 너머 아메리카를 동양이라고 불렀을지도 모른다(실제로 중국인들은 언제나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믿었다).



...


 이렇게 동양과 서양은 원래 상대적인 개념이었으나 이제는 고유명사가 되었다. 이제부터 우리가 살펴볼 동양사라는 말도 지리적으로 유라시아의 동부, 즉 아시아의 역사를 가리키는 용어다.


 아시아는 남북아메리카를 합친 면적 혹은 유럽과 아프리카를 합친 면적보다도 넓고, 세계 인구의 60퍼센트가 모여 사는 거대한 대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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